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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막차 놓치겠다ㅠㅠ’ 는 카톡이 대수롭지 않았다. 모든 걸 포기한 채 저녁과 주말을 기부하던 작업에 네가 아닌 나조차 익숙해질 정도였다. 매우 늦은 밤 '이제 마치'고, 한시간 뒤에 '출발' 한다는 카톡. 두개의 거리는 고작 1센치.
우연히 그 날 그 여름밤은 잠도 열대야도 제낄만한 극소량의 체력과 여유가 있었다. 둘보단 나은 넷이 될 한잔이 적당할 듯 싶었다. 나의 즐거움 이상으로 너에게 위로가 될 거란 합리화와 함께 말이다.
금요일 자정에 먹지도 않는 소주잔을 받은 '이제 퇴근한' 너에게 응원의 건배는 생각보다 단순한 거였다. '4일 일하고 3일 쉬고 싶어’하는 '7일 일하는 자' 의 푸념을 들어주는 것. 쏘 이즤? But...
‘주4일제’에 대한 토론을 가장한 폭언도 아닌, ‘10분 짜리 양을 1시간 잡고있는’ 노동효율&인간본성의 관계 같은 거짓철학을 논하는게 아니라 말이다. 넷보단 둘이 나았을 새벽이란 걸 알아채지 못한 내 미련함이 미운 가을밤이다. 시원해야 할 이슬은 열대야만 따라주었다.
2.
'시간차 백 어택' 이 익숙한 이유는 내가 다닌 모교에 있던 배구부 덕일테다. 일년에 한번 정도 응원차 구장을 들린 기억을 보면 결승 진출이 가능한 명문이었지 않을까. 덕분에 요즘도 가끔 티비를 통해 반가움을 느끼기도 한다.
유난히 올 여름은 가을이 다가 올 수록 더워진다. 나의 7월은 '시간차 백어택' 으로 이제서야 화근이 되어 땀이 송골 맺힌다. 7월 내내 시원한 인공바람에 알맞은 체온의 노동이었는데... 쩝. 민주주의도 후불제라니 뭐 이정돈 백어택도 아니려나.
뭐가 남든 남을거란 타산으로 가벼이 시작. 그 후 후회와 근심 가득한 무거운 정산은 배임, 아니 착복이나 다름없다. 나의 늦더위가 그들 등골에 식은땀 줄기로 오싹하기를 바란다. 판을 펼치냐 마냐를 두고 오고가는 그들만의 언어는 뿌리고 거두는 흙밭이 아닌 하우스 도박판은 아닌지. 부디 솔직해지길 바란다.
3.
전날 과음으로 인한 알콜수치가 궁금 할 땐 괜히 음주측정기를 불어보고 싶다. 도로 위를 두 다리로 질주하면, 땀날 틈 없이 소닉처럼 달리면 춥겠지... 춥겠지? ㄴㄴ 추우면 안돼. 시원하길 바라던 마음이 어느 덧 추워짐에 대한 걱정으로 바뀌는 때다
유독 선선한 여름을 보낸 덕에 괜히 부끄러워진다. 늘어난 몸무게도, 낭비한 돈과 시간도 모두. 부족한 끈기와 노력은 부족한 땀줄기에 비례하는 거 같기도 하고... 물론 금새 깨닫는다. 등에 소금자국 묻히며 포도당캔디를 먹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이들에게 무례하다는 것도.
서른 다섯 전엔 게으를 수 없다는 친구놈의 귀한 전화에 정작 반성이 아닌 위로를 받는다. 어느 덧 십여년이 지나 한강에 대형 현수막을 달고 결혼하는 친구의 웃음에 허접한 쓸쓸함으로 행복해진다. 베짱이 종특인가보다.
게을러도 어쩔 수 없이 믿어주고 씁쓸해도 부여잡고 사랑해주는 이들에게 미안해진다. 베짱이 답지 않게 간절기에 쫄았다. 추워지나보다. 가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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